한 달 공부 마치고 후기를 남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늘 딱 넉 달을 채웠습니다.
사실 지난 번 한 달 후기를 적을 때는 전화 중국어 수업을 시작하고 나서 느낀 다른 수업 방식과의 차이점이나 장점 위주로 후기를 적었는데 이제 넉 달쯤 되니 수업의 성과를 적을 수가 있겠네요.ㅎㅎㅎ
저는 전화 중국어를 하기 전에 이미 원어민 일대일 과외를 상당 기간 경험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정말 말을 못하겠더라구요. 회화를 배우면 뭐하나 말을 못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자신있게 중국어를 배웠다고 말을 잘 못했어요.
직장에 중국인 동료들이 있어서 저한테 연습하고 싶으면 자기랑 중국어로 대화하자고도 했지만 막 피하고 피할 수 없을 때만 말하고 그랬어요. 평소에 숫기가 없기도 했지만 중국어 꽤 오래 배운 거 다 아는데 말 너무 못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요.
하지만 전화 중국어를 하고 나서 정말 스스로 놀랄 정도로 빠르게 말이 늘었어요. 일단 입을 뗄 수 있게 되었고, 그러고 나니 재미를 느끼고 점점 말이 늘더라고요.
전화 중국어를 시작한 후 그간의 경험을 이야기해보자면....
1. 혼자 상하이 여행을 가서 영어 하나도 안 쓰고 중국어 쓰며 다니면서 흥정도 하고, 중국인밖에 없는 결혼식도 가고, 택시 기사 아저씨랑 한국의 취업난에 대해 대화도 하고요.....
2. 한국인, 중국인들이 섞여 있는 자리에서 어설프지만 통역도 하고요.
3. 직장에서도 중국인 동료들과 중국어로 선임 욕도 하고요...(앗...ㅋㅋㅋ)
4. 중국인만 40여 명 있고 저만 한국인인 위챗 채팅방에서 중국인들과 완전히 중국어로만 소통해요.
5. 늘 출근 준비를 할 때 중국 예능이나 라디오를 틀어 두지만 자막을 안 보면 못 알아들어서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 두었었거든요. 근데 어느 날 머리를 감다가(당연히 자막 안 보이는 상태) 중국 예능 프로그램이 너무 웃겨서 웃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사실 첫 한 달과는 달리 요즘에는 일이 바빠서 복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지는 못하는 편이지만 조령 선생님께서 워낙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실력은 계속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인 친구들도 저한테 종종 갈수록 더 중국어가 좋아진다고, 도대체 뭘 하면 이렇게 빨리 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제가 전화 중국어 한다고 하면 친구들이 한국어 배우고 싶은데 전화 한국어는 없냐고 합니다....ㅋㅋㅋㅋㅋ
조령 선생님과 수업하면서 정말 좋은 게, 선생님께서 저의 강점과 약점에 맞추어서 수업 내용을 신경을 정말 많이 써 주세요. 특히 제 오류 패턴을 찾아서 늘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켜 주시는 것이 너무 좋아요. 분명히 학생이 저 한 명은 아니실 텐데 어쩜 이렇게 저를 잘 아시는지..... 정말 신기할 지경입니다.
자주 틀리는 것을 짚어주시고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 주시고 잊을 만하면 또 물어봐주시고 해서 이미 고친 것도 있고 다 고치지는 못했어도 틀리는 줄도 몰랐다가 알게 된 것도 있고 그래요. 자주 틀리는 걸 아니까 그 다음부터는 그 부분은 좀 더 공부하게 되고 반복 학습을 하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께서 수업을 정말 재밌게 해 주세요. 학창시절에 선생님들이 이렇게 재밌게 가르쳐 주셨다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은데... 싶을 정도로..... 오전에 선생님이랑 통화를 하면서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 뒤로 일이 잘 될 정도예요.
아무래도 프리토킹 코스를 하고 있으니까 더 그렇겠지만 선생님께서 그때 그때 교재의 단어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제가 관심이 있어 하는 주제를 잘 골라주시고, 때때로 그때 그때 제가 말하고 싶어하는 주제로 대화를 해 주시기도 해요.
연애, 결혼, 취업, 진로, 의식주 생활, 드라마, 영화, 음악, 병원, 가족, 여행, 육아, 가치관, 게임, 교통수단, 교육 등등 정말 다양한 얘기들을 정말 재미있게 유도해 주셨고 대화하는 동안에도 생활 속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표현들, 단어들을 정말 많이 가르쳐 주셨어요.
나중에 선생님께 배운 표현을 다른 중국인 앞에서 썼을 때, 그런 표현 어디서 배웠냐 놀랍다 하는 반응도 많이 들었고요.
제 수업이 어찌나 재밌는지 제 친구들한테 제가 수업한 얘기를 하면 다들 중국어 배우고 싶어 해요.^^ 심지어 일본어 배우는 제 친구도 전화 수업이 되게 재밌는 것 같다며 전화 일본어를 시작했어요.ㅎㅎㅎㅎ
중국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있을 때 제대로 쓸 수 있는 진짜 중국어 회화를 내 집, 내 방에 앉아서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전화 중국어의 최대 장점이라는 걸 너무나 명확하게 느낀 넉 달이었습니다.
중국어로 말문을 트고 싶으신 분들, 시간은 많이 들일 수 없지만 효과는 확실하게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 공부가 재미 없으면 잘 못 견딘다 하시는 분들, 꼭 한 번 시작해 보세요.
전화 중국어 안 하고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다 만나서 왜 안 하냐고 하라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까요.^^
그리고 조령 선생님, 지난 넉 달 정말 감사했습니다.^^ 맨날 어버버 해도 늘 끈기 있게 기다려 주시고 재밌게 수업해 주시고 신경 써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월말 평가도 맨날 끝까지 복습 한 번 더 한 다음에 보낸다고 고집피워서 늦게 보내 죄송합니다(항상 맘에 좀 걸려요.ㅎㅎㅎ).
요즘은 중국인 동료들이나 친구들이 중국어 늘었다고 칭찬하면 선생님부터 떠올라요. 앞으로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잘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새로운 달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그간 좀 느슨해진 마음도 다잡고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내일 또 뵐게요.^^ 날도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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